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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 50+세대/기사

[행복사회로 가는 길] “노후 준비는 남의 일”…은퇴 못하는 ‘늙은 캥거루’ 들

by ∺∺§∺∺ 201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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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 못하는 부모 세대 / “힘들어도 내 새끼는 품어줘야” / ‘캥거루족’들 취업난에 자립 못해 / 60세이상 30% “자녀와 함께 산다” / 자식 뒷바라지에 노후 생각 못해 / 은퇴가구 60%, 생활비 부족 허덕 / 퇴직하고도 일자리 전선으로 / 늙은 부모 부양 못하는 자녀 늘어 / 고령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 56% / 부모·자녀 세대 빈곤 악순환 우려 / “정부 차원 연금·의료비 지원 필요”

택시기사 박모(71)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 네 식구의 가장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가 둘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에게 기대어 살고 있다. 박씨는 “서울살이를 접고 아내와 지방으로 내려가고 싶지만 애들이 독립할 여력이 없어 버티고 있다”며 “애들이 밥벌이는 해도 월세까지 내가며 살기에는 빠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들이 결혼 전까지 전세자금이라도 모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탄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주머니에 새끼를 품어 키우는 포유동물 캥거루에 빗댄 것이다. 최근에는 박씨처럼 고령임에도 자녀를 돌보는 ‘늙은 캥거루’가 늘고 있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부담이 커졌지만, 자녀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를 방해하는 것이다.

●고령자 30% ‘자녀와 산다’

늙은 캥거루 현상의 주된 원인은 자녀 세대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자녀가 취업난 등으로 자립하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부모에게 의지하는 기간도 증가한 것이다. 

1일 통계청의 ‘2017 사회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가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는 30.6%로 조사됐다. 이들이 자녀와 함께 사는 이유로는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다’가 31%로 가장 많았다. 반면 60세 이상의 부모 가운데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는 77.8%로 절대다수였다.

문제는 부모 세대의 노후 대비가 열악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퇴를 앞둔 세대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당장 필요한 ‘생활비’였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가구의 60% 이상이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생활비 충당이 부족한 가구’는 39.9%, ‘매우 부족한 가구’는 22.4%였다. 가구주의 은퇴 예상 연령은 66.8세지만 실제 은퇴한 평균 연령은 62.1세로 5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가구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자신이 노후 준비가 ‘잘된 가구’에 속한다는 응답자는 9.3%에 불과했다. 반면 노후 준비가 ‘전혀 안 된 가구’라는 응답자는 17.8%, ‘잘되어 있지 않은 가구’란 응답자는 38.2%에 각각 달했다.

●우려되는 ‘빈곤의 악순환’

캥거루족이 부모에 의존하는 경우는 크게 둘로 나눠볼 수 있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뛰어나 자녀가 의지하는 경우, 그리고 부모와 자녀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문제는 후자다. 부모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녀 세대에게 전이되고 ‘빈곤의 결합’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예컨대 캥거루족 대다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모한테 의지한다. 이때 처음에는 부모가 자녀를 돌보지만 부모의 건강이 악화하거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자녀가 부모를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자녀에게 과연 부모를 부양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노후에 대비하지 못하고 그 자녀는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느라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면 자녀 세대의 양극화는 더 나빠지고 부모 세대의 노인 문제도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자녀가 부모의 부양을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은 ‘본인 및 배우자 부담’이 69.9%에 달했다. 2007년 61.3%보다 8.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자녀 또는 친척의 지원’은 20.2%로 2007년 34.1%보다 크게 감소했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글로벌사회적경제학)는 “경제력 같은 외적 요인에 의해 가족이 분리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며 “부모의 경제력이 단절되는 순간 그 충격이 자녀 세대에도 전이되는 ‘빈곤의 결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찾아 헤매는 노인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퇴 후에도 다시 구직활동에 나서는 노인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55∼79세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6.2%, 고용률은 54.8%로 각각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둘 다 1.1%포인트씩 증가했다.

노후를 맞은 이들이 배우자와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월평균 최소 생활비는 192만원, 적정 생활비는 276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각각 255시간, 367시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노인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실제로 소득에 대한 불만족은 60대 이상에서 52.7%로 가장 높았다. 다른 연령대는 모두 40%대를 기록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그들의 일자리 질은 젊은 세대에 비해 열악하다”며 “지금의 노인 세대는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던 세대인 만큼 정부가 연금이나 의료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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