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뒤면… 30代 절반 이상이 미혼男女] 기사입력 2017-10-20
50세까지 '생애미혼율' 男 29%, 여자 합치면 24%, 현재의 3배… 일본 제치고 '미혼 대국'으로
세계 유례없는 '대학진학률 70%'
고학력·고소득 女, 결혼 안하고… 취업난에 저소득 男, 결혼 못 해
아들 골라낳은 탓 성비도 불균형
2035년에는 남성 3명 중 한 명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성까지 합치면 4명 중 1명이 50세가 될 때까지 결혼하지 못하거나 안 할 전망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예상한 2035년 일본 생애미혼율 추계와 같은 수준으로, 2035년 이후에는 한국이 일본을 앞질러 미혼 대국이 될 전망이다. 생애미혼율은 50세 전후(45~49세와 50~54세 미혼율의 평균)까지 결혼하지 못하는 비율을 말한다.
통계청은 19일 장래 가구 추계의 '혼인 상태 인구 구성비'를 통해 남녀 생애미혼율이 2015년 8.0%에서 2025년에는 지금의 2배인 16.6%, 2035년에는 3배인 2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남성의 생애미혼율은 2015년 10.9%에서 2025년 20.7%, 2035년 29.3%로 높아지고, 여성은 같은 기간 5%, 12.3%, 19.5%로 증가할 것으로 추계됐다. 20년 후 미혼율이 여성은 지금보다 3.9배, 남성은 2.7배가 높아지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 건수가 2015년 30만건에서 작년 28만건으로 2011년 이래 계속 내리막길"이라며 "올해도 7월까지 작년보다 혼인 건수가 5%나 줄면서 미혼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래인구추계는 5년마다 지난 15년간 미혼율 추이를 따져 계산하는데, 매번 추계한 것보다 실제 미혼율은 더 높아졌다"며 "그만큼 미혼율이 급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5년 남성 생애미혼율의 경우, 2005년에 7.6%, 2010년엔 9.2%로 추계했는데, 실제 2015년 수치는 10.9%였다. 여성의 경우도 2015년 미혼율은 5.0%로, 2005년(3.9%)과 2010년(4.3%) 추계보다 높아졌다.
한국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혼인 건수가 줄면서 미혼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혼인 건수는 1996년 43만4911건에서 작년 28만1635건으로 크게 주는 등 2011년 이후 연속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고학력 세대인 30대, 세 명 중 한 명 미혼
현재 30대들은 미혼율이 남성 44.3%, 여성 27.9%다. 남녀 합쳐 세 명 중 한 명(36.45)꼴로 미혼인 셈이다. 2005년 남성 29.8%, 여성 13.3%였던 것에 비하면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2025년에는 30대 미혼율이 51.5%로 높아지고, 2035년엔 54.1%나 된다. 30대에 결혼하는 사람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30대 이하 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한,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학력 세대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학 진학률이 40~50%에 그친다.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여성들이 결혼보다 일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은 취업난으로 취업을 못하거나 비정규직이 늘면서 결혼할 준비를 못 갖추는 경우가 늘었다. 여성은 예전보다 학력이 높아지고 취업이 늘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여기는 가치관 변화도 뒤따랐다. 김태헌 교원대 명예교수는 "결혼했을 때 그리는 미래 모습과 혼자 살 때 모습을 비교해 혼자 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더욱이 늦게 결혼하려고 해도 학력·수입 등 마땅한 배필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아들 골라 낳기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 혼인 연령대에 진입한 것도 미혼율을 급증시킬 변수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들이 딸보다 9~15%가 많이 태어나는 현상이 1990년대 피크를 이뤘는데, 이들이 혼인 연령에 본격 도달하면 결혼 시장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된 직장의 고소득 여성들은 마땅한 배우자를 찾기 어렵고, 저소득·불안정한 직장 남성은 신부감 찾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35년 이후 일본 미혼율 추월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미혼율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날지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은 생애미혼율이 남성은 2015년 23.4%에서 2025년 27.4%, 2035년 29%로 늘고 여성은 같은 기간 14.1%에서 18.9%, 19.2%로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리는 2025년까지는 일본보다 미혼율이 훨씬 낮지만 2035년엔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의 고학력 세대인 30대 남녀 미혼율이 일본보다 오히려 높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미혼자가 늘수록 독신 가구도 늘면서 생활 안전에 취약하고, 중도에 직업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 경우에는 주변 관계가 끊어지면서 '고독사 예비군'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이 같은 30~40년간 미혼율 장기추계를 5년마다 낸다. 인구총조사의 연령별 혼인 상태(미혼, 배우자 있음, 사별, 이혼)를 기초로 최근 15년간 결혼하거나 사망할 변동 확률을 구한 뒤 이를 기존 인구에 곱하는 방식으로 추계한다.
☞생애미혼율
전체 인구 가운데 50세 전후까지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로 평생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애 미혼율은 일본에서 나온 개념으로 45~49세와 50~54세 미혼율을 구해 이를 평균해서 계산한다.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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