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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 50+세대/정책

고령화에 채무비율 3배 치솟은 日…고령화 속도 더 빠른 韓

by ∺∺§∺∺ 2019.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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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국가채무 /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

한국 국가채무 올해 718조원
2040년엔 1930조로 크게 늘어

국민들 `공짜 점심 없다` 체득
재정 늘어나도 소비 대신 저축

"최근 노영민 靑 비서실장 만나
국가재정 낭비 우려 여론 전달"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불과 20년 뒤에는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장기 재정 전망'을 통해 올해 718조원 규모인 국가채무가 2030년 1240조9000억원, 2040년에는 1930조8000억원으로 빠르게 불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시계열을 늘려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국가채무가 2000년대 들어 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모양새를 그리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 기울기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할 때 일본 국가채무 비율은 85%였지만 2017년엔 233%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급격한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급증하는데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하자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는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자. 65세 이상 노인이 712만명(전체 인구 대비 14.2%)으로 2000년 고령화사회(7.3%)에 진입한 뒤 불과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일본 고령화 속도(24년)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2035년 29.5%, 2067년에는 46.5%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생산연령인구(15~64세)마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계청은 경제 주축 인구가 2029년까지 연평균 32만5000명씩 줄어든다는 전망치를 내놨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는 2017년 36.7명(노인 18.8명)에서 2067년 120.2명(노인 102.4명)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처럼 세입 기반은 갈수록 약화되는 반면, 사회안전망과 관련한 재정 지출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

다른 선진국은 어땠을까. 사실 고령사회에 진입할 때 우리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고령사회에 진입한 독일은 국가채무 비율이 18.6%에 불과했다. 덴마크(20.5%), 스웨덴(27.9%)도 30%를 넘지 않았다. 향후 불어날 복지 지출을 고려하면 우리 국가채무 비율을 결코 낮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재정건전성에 긍정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팽창적 정부 지출에도 건전성을 유지한 것은 고도 성장과 낮은 실질 이자율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성장률은 이미 3%대가 무너졌고, 2% 중반대까지 내려왔다.

게다가 구조조정 없이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고, 여기에 부채까지 늘어난다면 성장률은 더욱 반등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 하강에 당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정을 투입한다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작금의 실업을 비롯한 경제문제는 외부 충격보다 정책 실패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오히려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확장적인 재정정책보다는 세금 감면이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은 '공짜 점심은 없다'란 원리를 이미 체득했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면 미래에 세금으로 더 걷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을 늘려도 국민은 소비하기보다 저축하는 '절약의 역설' 현상이 벌어진다. 이 역시 옆 나라 일본이 살아 있는 사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고령사회 일본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쳤지만, 고용과 연금에 대한 불안으로 중장년·노인 세대가 지갑을 닫아버렸다. 그 유명한 '잃어버린 20년'이다.

사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양호했던 덕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개방화·자율화 추세 속에서 통화금융정책이나 산업정책과 같은 거시경제정책 수단 운용의 여지가 줄면서, 재정정책은 더욱 중요한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재정의 경기 조절적인 역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벨트를 풀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달 초 세계은행이 '세계경제 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에서 '부채: 공짜 점심은 없다'는 별도 분석을 통해 경고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글로벌 저금리·저성장 환경에서 정부부채 수위에 대한 우려가 작아 재정 확대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지만, 부양책을 운용할 여지가 좁아지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지 못할 때는 금융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나는 이 같은 경고를 똑같이 전달했다. 특히 오아시스(재정)에서 마른 곳(민간)으로 물을 옮기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물을 옮기는 주머니에서 물이 줄줄 새거나 넘쳐서 버려지는 게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공공일자리가 대표적이다. 돈을 많이 썼지만 효과나 보람은 그에 비해 너무 적다. 

[매일경제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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