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형 장기불황으로 가나] [上] 침체 수렁에 빠진 내수
18일 오후 4시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패션 아웃렛인 오렌지팩토리. 1997년 창업해 '창고형 매장의 신화'로 불리며 전국에 50여 개까지 매장을 늘렸던 브랜드다. 하지만 이날 연면적 670㎡(약 203평) 2층 건물 안에 손님은 딱 4명. 그중 중년 여성 손님 일행 3명이 '반값'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은 매장을 20분을 둘러본 끝에 2만원짜리 티셔츠 한 벌을 계산하고 나갔다. 이 브랜드 운영사는 석 달 전 10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났다.
한국이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일본의 장기 침체의 전철(前轍)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일본의 의류 내수 판매량은 1991년 15조3000억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지금은 3분의 2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해 국내 의류·가방 등 패션 상품 소비액이 1.7% 감소한 42조4758억원으로,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일본에서는 1990년 기록한 자동차 내수 판매 기록(777만대)이 28년째 깨지지 않는다. 한국도 2015년 183만대가 팔린 뒤 182만대→179만대로 떨어졌고, 올해도 작년 수준이다.
국내 민간 소비 성장세는 2008년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둔화한 뒤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00~2007년 연평균 4.3%이던 민간 소비 증가율은 2008~2017년 2.2%로 내려앉았다.
이런 소비 위축의 중심엔 고령화가 있다. 일본은 주요 품목 판매량이 꺾이자 1994년 '고령사회'(인구 14%가 65세 이상)에 진입했다. 한국도 작년부터 고령사회가 됐다. 한국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 인구 구성비는 20년 전보다 배(倍) 이상 늘었지만 그들의 소비는 대폭 감소했다. 소비를 줄이는 시점도 60대에서 50대로 10년 앞당겨졌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은 경제 상황과 인구구조에서 일본과 20년 터울 형제 같은 모습"이라며 "대표적인 소비재 수요 감소는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 초입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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