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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 50+세대/일자리

[늙기도 서러운데]전단지 한장에 울고 웃는 노인 밥벌이...

by ∺∺§∺∺ 2017.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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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때 송강 정철이 지은 훈민가에는 죽을 때까지 일하는 노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서려 있다. 수백년이 지난 현재 한국 노인의 절반은 여전히 빈곤층이다. 지난해 노인빈곤율 47.7%로, 2015년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노인빈곤율은 은퇴노인 가구 중 월 98만원(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 가구비율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젊어 애써 일하고도 변함 없이 무거운 '생계의 짐'을 지고 있는 노인 실태를 짚어보고 대안 마련에 도움이 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돈 못 벌었으니 늙어서 고생하제..." 

지난 5일 서울 마포역에서 김삼순 할머니(82)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할머니는 '그냥' 전단지를 받는 '좋은 사람' 덕분에 먹고산다고 말했다./사진=최용준 기자

"아직은 좋은 사람이 많아요" 

김삼순 할머니(82)가 30년간 전단지를 돌리며 내린 결론이다. 김 할머니는 "노인네가 주니까 안타까워서 받아주는 거에요. 다들 바쁘고 필요도 없는데..."라며 '그냥' 전단지를 받는 '좋은 사람' 덕분에 먹고산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5일 오후 7시 서울지하철 마포역 3번 출구에 자리를 잡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들이 할머니가 건넨 전단지를 몸으로 밀어냈다. 할머니는 재빨리 손을 뺀 후 다음 사람에게 전단지를 내밀었다. 거부의 연속.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할머니는 "사람들이 날이 추워지면 주머니에서 손을 안 빼. 스마트폰 생긴 뒤로 더 안 받는 것 같아"라고 전했다. 10여 차례 전단지를 내민 끝에 행인 1명의 손에 쥐어졌다. 할머니는 오후 4시께 나가 직장인 퇴근시간까지 4시간 정도 일한다. 시급은 1만원이지만 월수입은 60만원이 조금 넘는다. 2년간 주5일 근무했으나 올 9월부터는 주3~4일로 줄었다. 

김 할머니는 전단지의 역사다. 처음 전단지를 돌린 1990년 초는 사교육 붐이 일어 학원광고가 많았다. 최근에는 헬스장 광고가 대부분이란다. 이날 전단지는 자동차 할부 광고였다. 김 할머니에게는 택시기사를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이 있다. 이혼한 아들은 2년째 실직상태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이들의 밥줄은 할머니 전단지에 달려 있다. 

김 할머니는 "돈을 못 벌었으니 늙어서 고생하제. 우리네는 나이가 먹었응께 손을 떼야하는 디 지금도 못떼고 있으니.."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 할머니는 무릎과 손목 뿐만 아니라 마음도 저린다. 사람들이 바닥에 버린 전단지가 바람에 흩어졌다. 


■불법전단지 100장 떼면 하루 5000원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 골목에서 김병혁 할아버지(90)는 손 한가득 전단지를 쥐었다. 할아버지는 불법전단지를 수거한 돈으로 생계를 꾸린다. /사진=최용준 기자

"나이 구십에 죽자 살자 일하는 이유는 아들딸 직장이 없어서에요" 

지난 7일 오전 8시 서울 염창동 한 골목에서 만난 김병혁 할아버지(90)는 손 한가득 전단지를 쥐고 있었다. 흐린 아침 속으로 바람이 차가웠다. 김 할아버지 머리칼은 회색빛이었다. 전단지는 붉은색 고딕체 글씨가 가득했다. '카드 대납, 대출가능' '전문인력'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아내는 무릎이 아프고 아들딸은 실직한지 5년 됐다"며 "나설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커터칼로 신호등에 붙은 전단 귀퉁이를 긁었다. 귀퉁이가 한쪽으로 말리자 전단지 뒤쪽에 붙어있는 흰 종이를 검지 손톱으로 잡아 뜯었다. 김 할아버지는 "(전단지에) 비닐이 섞이면 떼기 쉽지만 뒤편이 종이인 것은 자국이 남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갑을 끼고서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맨손으로 하다 보니 손톱이 찌그러졌다"고 손을 내밀었다. 손등 검버섯보다 손끝이 더 검었다. 이날은 입동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이것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숨을 헐떡였다. 전단지 한 장 떼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할아버지가 하루 3시간 전봇대에 붙은 불법전단을 뜯어서 받는 돈은 5000원. 1개월간 20일 일하면 월 10만원이다. 강서구에서 시행하는 '주민감시관 전단 수거보상금' 기준이다. 주민감시관은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만 참여할 수 있다. 불법전단은 장당 50원이다. 하루 100장, 한 달 2000장을 뜯으면 주민센터에서 월 1회 보상금을 지급한다. 할아버지에게는 국가유공자 보훈급여 외에 전단지가 유일한 수입이다. 

김 할아버지는 1년째 불법전단을 수거하고 있다. 일자리에 감사하는 마음은 있지만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할아버지는 "나라에서 정한 게 (시간당) 7000원인데, 하루 3시간 5000원이면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하늘을 올려봤다. 그러나 할아버지에게 전단지는 생계를 뛰어넘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동네를 깨끗하게 만드는 봉사라는 것. "내가 자랑할 건 이것 밖에 없어, 일생에 자원봉사 했다는 것" 할아버지가 아이처럼 웃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나이 구십에 죽자 살자 일하는 이유는 아들딸 직장이 없어서에요" 

일자리는 청년일자리 노년일자리 따로 없다. 누군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기때문이다. 노인빈곤율 세계 1위의 자화상이다. 제 밥그릇만 챙긴 여야정치인 놈들아! 좋냐~ 니들만 배부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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