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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수 적은 지방 소도시에
기지국 활용한 자율주행버스 운영
GPS 기반 드론으로 건설현장 측량
‘기술로 사회문제 해결’ 목표 분명
노동력 메울 서비스로봇 개발 힘써
4차산업 혁명 위원회 꾸린 한국
사회문제 접목 뚜렷한 목표 필요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빅데이터가 이끄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뜨거운 감자’다. 새 정부는 신속한 대응을 위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방안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은 상태다.
일본의 대응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 국제기구인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과 한국언론재단의 도움으로 만난 일본 도쿄의 정보통신기술 기업은 10년 전부터 진입한 초고령화 사회에서 파생하는 문제를 로봇기술과 빅데이터 등으로 풀어내려 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개발로 버스기사, 간병인, 물류창고 직원, 측량기사 등 노동력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매우 현실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에스비 드라이브’ 직원들이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현 난조시에서 자율주행 버스를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고 있다. 이 시범운행은 일본 정부의 내각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에스비 드라이브 제공일본에서 가장 큰 정보통신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만든 자회사 ‘에스비 드라이브’(SB Drive)는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대표적인 업체다. 사지 유키 대표는 소프트뱅크 직원 출신으로 2011년 사내 벤처사업 공모 과정을 통해 이 회사를 세웠다. 지난달 20일 도쿄 소프트뱅크 사옥에서 만난 그는 “노동력 부족으로 버스기사 공급이 전체 수요의 75% 수준에 머무는 등 일본 버스회사의 70%가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구 2만명 이하의 소도시에서는 버스회사의 운영 악화가 대도시보다 심각하다. 에스비 드라이브는 카메라와 센서를 뼈대로 한 자율주행 버스를 개발해 공급하고, 적은 인원이 버스 운영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 지방 소도시 등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여러 대의 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사지 유키 에스비 드라이브 대표가 6월20일 도쿄 소프트뱅크 사옥에서 에스비 드라이브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에스비 드라이브의 설명을 들어보면, 소프트뱅크가 이동통신사업을 하면서 세운 기지국 시설을 활용해 버스를 원격 조종하고, 버스 안팎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을 상황실에서 카메라 등을 통해 제어한다. 사지 유키 대표는 “5월에 오키나와에서 버스의 시범운영을 진행했고, 더 긴 경로를 정해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세대(G) 통신을 적용해 2020년 도쿄올림픽 기간에도 시범운영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공백을 ‘서비스 로봇’으로 돌파하려는 노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 연구팀이 10년 전 간병로봇인 ‘트웬디원’(Twendy-One)을 내놓는 등 서비스 로봇에 대한 연구가 꾸준하게 이뤄져왔다. 로봇 관련 스타트업인 ‘라퓨타 로보틱스’도 이런 일본의 로봇산업 토양에 기대 새 서비스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는 업체다. 2014년 스위스에서 창업한 이 업체는 스리랑카 출신 일본 유학생인 아루드첼반 크리슈나모르티 등 35명의 다국적 직원들이 개발자로 있다. 회사 이름은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따왔다. 애니메이션 속 ‘하늘을 나는 성’ 라퓨타처럼 첨단과학을 집약한 로봇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현재 이들은 클라우드 로보틱스 플랫폼과 역학 제어, 멀티 로봇 코디네이션 등의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클라우드 로보틱스 플랫폼은 로봇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정보와 솔루션을 빅데이터 형식으로 모아 통신과 센서를 통해 공유하는 것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물류창고에서 여러 대의 로봇이 정보를 교환하면서 물건을 옮기는 작업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사 히로야 홍보담당은 “솔루션을 사용하면 로봇을 관리해야 하는 기술자 없이 로봇이 알아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8월께 새로 개발한 로봇 시제품을 내놓는다.
전기스쿠터 생산업체에서 드론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한 ‘테라드론’(Terra Drone)은 건설 현장에서 줄어들고 있는 노동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치확인시스템(GPS)과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 드론을 통해 측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라 매퍼’(Terra Mapper)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쿠시게 도루 대표는 “기존 방법으로 40ha 규모의 땅을 측량하면 2주 정도 걸리는데, 드론을 쓰면 하루 만에 끝난다”고 소개했다.
일본 도쿄 시내의 쇼핑몰 안에 서 있는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서비스 로봇 ‘페퍼’(왼쪽)와 도쿄 소프트뱅크 사옥 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페퍼’의 모습. 일본에서는 일부 식당과 영업점 등에서 서비스 로봇을 도입해 주문과 상품 안내를 한다. 도쿄/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테라드론은 일본에서 서비스를 도입한 뒤 중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진출해 2년 안에 10위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쿠시게 도루 대표는 “일본의 대다수 인프라 산업에서 2020~2030년 무렵에 접어들면 50살 이상인 직원이 절반을 넘어선다. 인력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드론을 쓰면 건설 현장에서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퓨타 로보틱스’가 클라우드 로보틱스 플랫폼을 적용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의 모습. 라퓨타 로보틱스 제공일본 정보통신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혁신의 목표가 구체적인 사회문제에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4년 ‘신산업혁명’을 발표하면서 로봇산업을 성장전략의 핵심정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2015년에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로봇에 활용되는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경제산업성(30억엔)과 총무성(17억엔), 문부과학성(100억엔)이 예산을 중점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희수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 대외정책연구실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정부가 만드는 것”이라며 “공공의 영역을 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사회문제도 해결해서 사회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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